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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사리
아직도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름철엔 냉면만큼 시원한 음식이 없다. 쫄깃한 면발에 시원한 육수가 그만이다. 냉면을 먹으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사리'가 일본말인지 우리말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발음상 일본말로 생각하기 쉬우나 순수한 우리말이다.
'사리'는 동사 '사리다'에서 온 말이다. '사리다'는 '국수·새끼·실 등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의 뜻이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사리'다. 냉면 사리, 국수 사리, 라면 사리, 새끼 사리 등이 있다. 동사로는 '새끼를 사리다' '다음에 쓰기 좋게 줄을 잘 사려 둬라' 등으로 쓰인다.
'사리다'는 뱀 등이 똬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감거나, 다른 짐승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를 나타내기도 한다. '큰 뱀이 둥글게 몸을 사리고 있다' '개가 위험을 느꼈는지 꼬리를 사리고 숨었다'가 그런 예다.
'사리다'는 사람에게도 쓰인다.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슬슬 피하며 몸을 아낄 때 '몸을 사린다'고 한다. 그 모습이 평소엔 사납다가 일단 겁을 먹으면 꼬리를 내리고 기어드는 동물의 행동과 닮아서 사람에게도 '몸을 사린다'는 말을 쓴다.
이 더위에 땀 흘려 일하고 시원한 냉면에 사리 하나를 추가해 만족감을 얻는 보통사람들이야 무슨 몸을 사릴 일이 있겠는가마는, 요즘 아마 몸을 사리고 있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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