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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복숭아
'봉숭아'와 '복숭아'는 철자는 비슷하지만 꽃과 과일이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미있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봉숭아. 다른 꽃에 비해 화려하고 탐스럽지는 않지만 볼수록 마음이 끌리고, 밤이면 어머니를 졸라 꽃잎을 으깨 이파리로 손톱을 싸매고 다음 날 들여질 꽃물을 생각하며 잠들곤 했던 추억이 있다. 흔하고 친숙하다 보니 꽃 이름도 다양하다. 봉성화·봉선화·봉숭화·봉숭아·지갑화·봉송아·금봉화…. 1988년 새 표준어 규정엔 '봉숭아'와 함께 '봉선화(鳳仙花)'가 복수 표준어로 올라 있다. 꽃 모양이 봉황을 닮았고, '봉선'이란 가공 인물이 등장하는 설화도 많다.
복숭아. 익히 아는 것처럼 신맛과 단맛이 절묘한 여름 과일이다. 한자로는 도(桃)로 표현한다. 색깔(연분홍·桃色)과 열매의 생김새 덕에 '남녀의 연정'과 관계된 말에 많이 사용된다. 도색영화·도색잡지 등이 있는가 하면, 혼기에 이른 수줍은 처녀 시절을 일컫는 도요(桃夭)라는 말도 있다.
꽃말을 비교하면 더 재미있다. 봉선화는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다. 무더운 여름 청초한 자태를 보이며 함초롬히 피어 있는 봉선화에는 '울 밑에선 봉선화야~'로 시작되는 노래에서 보듯 일제 강점기의 저항정신이 담겨 있다. 복숭아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ㆍ희망' 등이다. 복숭아와 관련해 알아둘 게 있다. 사람의 발목 부근에 둥글게 나온 뼈를 그 생김새 때문에 흔히 '복숭아뼈'로 표현하는데 '복사뼈'가 표준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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