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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서정주님의 시 '푸르른 날'의 일부분입니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눅눅한데 하늘까지 흐려서 서늘한 바람과 높은 가을 하늘이 그립죠? 위에서도 볼 수 있듯 '푸르른'은 시나 노랫말에 많이 쓰이지만 사실은 바르지 않은 표현입니다. '푸르르다'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푸르른'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푸르다'에서 변화한 '푸른'을 쓰면 바른 표현이 됩니다. 예를 들어 '푸르른 오월'은 '푸른 오월'로 고쳐 쓰면 되겠죠.
'푸르다'는 '러'불규칙 용언이어서 '푸르+어'의 형태가 될 경우 '어'가 '러'로 변합니다. 즉 '푸르러'가 되지요. 어떤 장소나 때에 도착하다는 뜻인 '이르다'와 색깔을 나타내는 '누르다'도 '러'불규칙 용언입니다. 따라서 '이르러' '누르러'로 활용합니다. 이들도 기본형이 '이르르다' '누르르다'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르른' '누르른' 등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흔합니다. 이것은 '이른'과 '누른'으로 써야 바른 형태입니다.
'푸르른' '이르른' 등이 '푸른' '이른'보다 리듬감이 더 좋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나 노랫말 등에 많이 쓰는지도 모르지요. 그렇다고 일상에서까지 일부러 틀린 말을 쓰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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