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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다"를 버리자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는 근 30년 동안 꾸준하게 읽혀온 책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했다. 법정 스님은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편한 것이라며 버림에서 오는 자유로움과 평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소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소유욕이 마음뿐 아니라 말에도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평소 '가지다(갖다)'라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쓴다. 이는 영어 'have'가 들어간 문장을 직역한 형태로, 우리말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금강산에서 꿈에도 그리던 가족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위 두 문장은 '회담하다' '만나다'만 써도 완벽하게 서술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회담을 가지다' '만남을 갖는다'로 씀으로써 어설픈 번역투 문장이 돼 버렸다.
-다음달 한국 순회공연을 갖는다.
-6월 중 방한해 정부 대표와 정례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 문장도 '순회공연을 한다' '정례 협의를 할 예정이다' 등으로 해야 우리말답다. '싸운다'를 '싸움을 갖는다'로, '헤어진다'를 '헤어짐을 갖는다'고 하지는 않는다. 또 '아침 식사한다' '아침밥을 먹는다'고 하지 '아침 식사 갖는다'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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