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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데뽀
빼앗긴 나라와 말을 되찾은 지 반세기가 넘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에 끼어든 일본말 찌꺼기는 그동안의 꾸준한 정화운동에 힘입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적지 않다. 아래 사례들을 살펴보자.
날이 더워지면 소매 없는 셔츠를 입는 여성이 많은데 이 옷을 흔히 '나시'라고 부른다. 나시는 '소매 없음'을 뜻하는 일본어 소데나시(袖無, そでなし)의 줄임말이다. 이것은 '민소매'라는 예쁜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다. '무데뽀'란 말도 우리말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꽤 있지만 이것은 無鐵砲(むてっぽう)라는 일본어다. 문맥에 따라 '무모(하게)' '저돌적(으로)' '막무가내' '무턱대고' 등으로 고쳐 쓸 수 있다. '기라성' 이라는 말은 '반짝이는 별'이란 뜻의 일본어 기라보시(綺羅星, きらぼし)를 우리식 한자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기라성 같은'은 상황에 따라 '쟁쟁한' '유명한' '뛰어난' '우뚝한' 등으로 바꿔 쓰면 된다.
우리는 국어를 잃는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말·글을 다듬고 지키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하다. 어쩌면 이제는 일본말 찌꺼기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영어 용어들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 우리말이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스럽다. 외국어를 적절한 우리말로 바꿔 쓰기 위해 더 애써야 할 것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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