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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 (3)
좋았던 시절 귤은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있다 하여 '대학 나무'로 불렸다. 하지만 이젠 수입 과일에 밀려 가격이 폭락하면서 출하를 포기하고 나무까지 베어내는 일이 흔해졌다. 형편이 어려운 것은 귤 재배 농가만이 아니다. 우리의 농어촌이 거의 비슷하다. 벼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낙농업자, 양식업자 가릴 것 없이 일손 부족과 과중한 빚에 허덕이고 있다. 통계로는 지난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농가빚이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1960년대도 아닌데 밤중에 보따리를 싸서 남 몰래 고향을 뜨는 사람들의 사연이 여전히 전파를 타고 있다. 그것이 남의 얘기 같지 않은 농어촌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밤을 틈타 몰래 도망하는 것을 한자어로 '야반도주'라고 한다. 흔히 '야밤도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야반도주(夜半逃走)가 맞는 말이다. 야반(夜半)이란 밤을 반으로 자른 한가운데, 즉 한밤중을 의미한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가엾게 여기는 것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한다. 동병상린이라고 잘못 쓰는 사람이 많지만 이 말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서로 불쌍하게 여긴다는 뜻이므로 동병상련이 바르다. 동병상린이라고 잘못 쓰는 것은 '불쌍히 여길 련(憐)'을 '이웃 린(隣)'으로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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