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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소주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중류층에서 하류층으로 밀려났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어려워질수록 고달픈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악착스러움이 필요하고 때로는 오기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이 '깡다구'요, '깡'이다. '깡소주' 하면 생각나는 것이 가벼운 주머니에 깡다구(깡)를 안주 삼아 쓸쓸히 마시는 소주다. 어떤 사람은 비싼 안주 대신 '새우깡'을 놓고 마시는 소주가 '깡소주'가 아니냐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깡소주'는 '강소주'의 잘못일 뿐이다. 안주 없이 먹는 술이 '강술'이고,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가 '강소주'다. 국이나 찬도 없이 맨밥으로 먹는 밥은 '강밥'이다. 접두사 '강-'은 강추위·강더위 등에서는 '호된, 심한'의 뜻으로, 강울음·강호령 등에서는 '억지스러운'의 뜻으로 쓰인다. 강조밥·강된장·강굴·강참숯·강풀 등에서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의 뜻으로, 강기침·강서리·강모 등에서는 '마른, 물기가 없는'의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새우깡''감자깡''고구마깡' 등 스낵류에 붙은 '-깡'은 처음 나온 제품명을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제대로 된 안주도 없이 고달픔을 달래며 마시는 소주는 '깡소주'라 불러야 제 맛이지만 '강소주'가 맞다는 사실은 알아두자.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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