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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식(?), 횡경막(?)
'배운 사람의 표식은 미묘한 논쟁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있지 않고, 사람의 시야(視野)가 얼마나 넓고 얼마나 철이 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에서 나타난다.' 내가 요즘 밤참 먹듯 매일 조금씩 맛있게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글귀 중 하나다. 여기 나오는 '표식'은 '표지(標識)'를 잘못 읽은 것인데, '표지'는 '표시나 특징으로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의 '識'은 '알 식'이 아니라 '기록할 지'로 읽어야 한다. '복잡한 지하철 환승역에는 출구·비상구 표지 등을 눈에 잘 띄게 해 놓아야 한다'처럼 쓴다.
또 자주 틀리게 쓰는 것으로 '횡경막'이 있다. 이는 '횡격막(橫隔膜)'이라고 써야 할 것을 [횡경막]이라는 발음에 이끌려 잘못 쓴 것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막으로 '가로막'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다이어프램(diaphragm)'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두 개의 두뇌 사이를 막아 놓은 막피(膜皮)'라는 뜻이었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인체에는 두 개의 두뇌가 있어 한 개는 가슴속에, 한 개는 위(胃)에 담겨 있다고 믿었다.' (전시륜의 '4월 바보와 춘열(春熱)' 중에서) 현재의 과학적 사실에 비춰보면 이 횡격막의 위치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글머리에 인용했듯이 논리적인 지식의 힘보다는 인간을 너그럽게 만들고, 자유롭게 하는 예지(叡智)가 더 낫다는 것이 진리라고 나는 믿는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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