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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다 / 붙이다
예전엔 편지를 쓰려면 우선, 문구점에 가서 깨끗한 편지지와 그럴싸한 편지봉투부터 정성껏 골랐다. 그러곤 언제쯤 편지를 써야지 하고 시간까지 정해 두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 간단하게 전자우편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전자우편이란 게 편하긴 한데, 우편집배원에게서 편지를 받아 들었을 때 느끼는 그 가벼운 설렘을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다.
편지나 물건을 어디로 보내거나, 사건·안건 등을 공판·토론에 회부(回附)할 때는 '부치다'를 쓴다. '소포를 어머니께 부치고 오너라.' '옳고 그름을 논의에 부쳐 보자.' 반면 꽉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게 할 때나, 가까이 닿게 할 때는 '붙이다'를 쓴다. '대자보를 게시판에 붙였다.' '이 책상을 벽에 바짝 붙여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밀어부치다,쏘아부치다,걷어부치다,몰아부치다'로들 많이 쓰는데 이때는 '밀어붙이다, 쏘아붙이다, 걷어붙이다, 몰아붙이다'로 써야 한다. 여기서 '-부치다'를 쓰지 않고 '-붙이다'로 적는 것은 '세게 밀어 한쪽으로 가까이 붙인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 같다.
디지털 환경은 '접촉'의 세계를 '접속'의 세계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전자우편은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편지와 같은 접촉의 즐거움은 없다. 무엇보다도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TV와 컴퓨터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고, 이들로부터 한동안 해방되는 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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