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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넘어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얼마 전에 타계한 이문구님의 동시 '산 너머 저쪽'이다. 맑고 깨끗한 시골의 밤하늘을 쳐다보며 '산 너머 저쪽'을 그리는 주인공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경우 '너머'를 '넘어'로 표기하면 틀린다. '너머'는 '높거나 넓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의미하는 명사다. '고개 너머 읍내로 장 보러 갔다' '산 너머 남촌에는…'에서처럼 공간이나 공간의 위치를 나타낸다.
'넘어'는 동사 '넘다'에 연결어미 '-어'가 붙은 것으로 '담을 넘어갔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에서처럼 동작을 나타낸다. 즉 '산 너머'는 산 뒤의 공간을 가리키고, '산 넘어'는 산을 넘는 동작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갈수록 고생이 겹치거나 더 심해짐'을 이르는 말로 '산 넘어 산'이라고 하는데, 이는 '산 너머에 있는 산'이라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 너머 산'으로 표기해서는 안된다. 공간을 나타내는 '너머'의 경우도 원래 '넘다'라는 동사에서 온 말이긴 하지만 한글 맞춤법 제19항 [붙임]에 따라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 것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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