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0,125 추천 수 16 댓글 0
'돋구다'와 '돋우다'
'화(火)는 독(毒)입니다. 화는 여러분을 태우는 불길입니다. 화에 휩싸이면 이성을 잃습니다. 화는 여러분의 눈을 멀게 하지만 연민은 여러분을 현명하게 만듭니다.' 베트남 출신의 반전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은 화를 자꾸 돋우지 말고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라고 말한다.
'팔순의 노모께선 햇볕이 잘 드는 소파에 앉아 손자가 읽었던 동화책을 하루 종일 읽으셨다. 안경을 닦아 달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걸 보니 노모의 안경 도수를 돋구어 드려야겠다….'
'돋우다'를 써야 할 자리에 '돋구다'를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돋구다'는 위에서 보듯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라는 한 가지 의미밖에 없다. 반면 '돋우다'는 '기분이나 흥미·의욕·입맛 등을 더 높아지게 하다' 또는 '수준이나 정도를 더 높이다'를 의미한다.
'명절 전날 전(煎)을 부치는 냄새는 단순히 식욕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정을 돋운다', '나는 등을 바라본다. 눈이 아프다. 이런 밤엔 돋우고 낮추고 할 수 있어 귀여운 동물처럼 애무할 수 있는 남폿불이었으면'(이태준의 '고독' 중에서)처럼 쓰인다.
'안경의 도수를 높이다'에만 '돋구다'를 쓰고 그 외에는 '돋우다'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시기와 질투, 이기심으로 가득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돋보기의 도수는 돋구면 돋굴수록 좋지만, 화는 돋우면 돋울수록 몸에 해롭다는 것을 기억하자.
최성우 기자
- read more
- read more
- read more
-
성씨(姓氏)의 장단음
-
흙밥과 흙수저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외래어의 받침
-
손글씨
-
불규칙용언 (1)
-
받침과 대표음
-
간식(間食)의 순화어
-
모음조화
-
관용구와 속담
-
고급지다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단위명사
-
혼밥과 혼술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웃프다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아저씨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