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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으는' 과 '나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여자 배구팀은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구기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장대 같은 서구 선수들의 숲을 뚫고 이룩한 쾌거였다. 그 중심에는 조혜정 선수가 있었다. 그녀는 배구선수를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러나 조선수는 단신이라는 약점을 강력한 도약력과 기술로 극복해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때 그녀에게 붙여진 별명이 '날으는 작은 새'였다. 맞춤법에는 맞지 않지만 날쌘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 말이다.
우리말에는 어간의 끝소리가 'ㄹ'인 경우 '-ㄴ, -ㅂ니다, -오, -시-'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현상(ㄹ불규칙 활용)이 있다. '날다'의 경우 어간 '날-'에서 'ㄹ'이 탈락해 '나는, 납니다, 나오, 나시오'와 같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 날으는 작은 새'가 아니라 '나는 작은 새'로 표기하는 게 바르다.
그러나 뒤에 '-다, -고, -지, -면'으로 된 어미가 올 경우에는 '날다, 날고, 날지, 날면'처럼 'ㄹ'이 유지된다. '날으는'의 영향 때문인지 '창문 좀 열으면 안 될까?' '이거 팔으면 얼마 받을까?' 처럼 필요 없는 '으'를 덧붙이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먹다'의 '먹-'처럼 받침이 있는 어간 다음에는 '-으면'을 사용하지만 ㄹ받침 다음은 예외적으로 '-면'을 쓰므로 이 경우도 '열으면' '팔으면'이 아니라 '열면' '팔면'이 바른 표현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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