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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과 피란
한 독자께서 '피난'과 '피란' 또는 '피난민'과 '피란민'을 어떻게 구분해 쓰느냐고 질문하셨습니다. 한자 의미상 피난(避難)은 재난을 피해 옮겨 가는 것이고, 피란(避亂)은 난리를 피해 옮겨 가는 것입니다. '피난'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고난 또는 지진·홍수 등 천재지변을 당해 옮겨 가는 것을 뜻합니다. '피란'은 주로 전쟁이나 병란(兵亂)을 피해 옮겨 갈 때 쓰이지만, 분쟁·재해·작은 소동 등으로 인한 것일 때도 쓰입니다. 하지만 전쟁도 하나의 재앙으로 본다면 두 단어의 구분은 모호하고 어렵게 됩니다. 실제로 이라크전 난민을 '피난민'이라 적는 언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선택, 통괄해 쓴다면 풍부한 우리말의 사용을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구분하지 않고 쓴다면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전쟁에는 '피란', 그외 천재지변 등에는 '피난'으로 구별해 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이라크전에서와 같이 전쟁을 피해 옮겨 가는 사람들을 '피란민'이라 적고, 지진·홍수 등 자연재해와 박해·곤궁 등을 피해 옮겨 가는 사람들은 '피난민'으로 구분해 표기합니다.
김진선 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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