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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와 "이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각국이 지지와 반대로 열띤 논쟁을 벌이고, 그 와중에 뒤에서는 잇속을 차리기에 바쁘다. 대규모 반전 시위가 있는가 하면 지지 시위도 벌어진다. 미국의 패권주의 앞에서 유엔마저 무기력함을 보여 주고 있다. '냉전 후 최대의 국제사회 분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론들은 저마다 '빨라야 이달 말' 또는 '빠르면 다음주'라는 등 공격 시기를 점치기에 바쁘다. 이라크 공격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빨라야''빠르면'은 모두 '일러야''이르면'의 잘못이다.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다. '두뇌회전이 빠르다''약효가 빠르다' 등으로 쓰인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된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처럼 쓰인다. 이라크 공격도 시기를 얘기하는 것이므로 '일러야'로 써야 한다. 이라크의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일러야 하반기에나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이라크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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