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무관심이 …’
대선을 앞두고 ‘네거티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대로 의미도 있고, 그런 전략을 통해서 거둬들이는 성금도 있겠지만, 찜찜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헌혈을 권장하는 텔레비전 공익 광고에 “당신의 무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피가 모자라 급히 수혈이 필요한 사람이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많기에 이런 광고를 내었을 것이다. 이 말을 ‘부정적’이라고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듣는 이들한테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헌혈을 하지 않은 사람 처지에서는 ‘내가 누구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도움을 준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의 생명을 잃게 한 일도 없는데, 이런 끔찍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런 말은 뒤집어서 쓰면 듣기가 훨씬 좋다.
“당신의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헌혈을 하지 않은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일 뿐이지, 그것이 생명을 잃게 한 행위는 아니잖은가. 광고말을 그대로만 풀면 무관심, 곧 헌혈을 하지 않은 게 바로 살인 행위가 된다. 헌혈을 한 것은 행위지만 헌혈을 하지 않은 것은 행위가 될 수 없다. ‘헌혈을 하지 않은 행위’라는 말은 유령 같은 말이다. 행위가 없었던 것이다. 행위가 없었는데 어떻게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는가. 도움을 주지 않은 일에다 해악을 끼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82,050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8,314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42,698 | 2006.09.09 |
3626 | 성씨(姓氏)의 장단음 | 風文 | 884 | 2024.11.08 |
3625 | 흙밥과 흙수저 | 風文 | 906 | 2024.11.08 |
3624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風文 | 786 | 2024.11.06 |
3623 | 외래어의 받침 | 風文 | 720 | 2024.11.06 |
3622 | 손글씨 | 風文 | 728 | 2024.11.04 |
3621 | 불규칙용언 (1) | 風文 | 851 | 2024.11.04 |
3620 | 받침과 대표음 | 風文 | 754 | 2024.11.01 |
3619 | 간식(間食)의 순화어 | 風文 | 758 | 2024.11.01 |
3618 | 모음조화 | 風文 | 712 | 2024.10.28 |
3617 | 관용구와 속담 | 風文 | 793 | 2024.10.28 |
3616 | 고급지다 | 風文 | 808 | 2024.10.25 |
3615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風文 | 817 | 2024.10.25 |
3614 | 단위명사 | 風文 | 1,384 | 2024.10.24 |
3613 | 혼밥과 혼술 | 風文 | 1,291 | 2024.10.24 |
3612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風文 | 1,414 | 2024.10.23 |
3611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風文 | 1,315 | 2024.10.23 |
3610 | 웃프다 | 風文 | 909 | 2024.10.22 |
3609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風文 | 812 | 2024.10.22 |
3608 | 아저씨 | 風文 | 864 | 2024.10.21 |
3607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 | 風文 | 980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