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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르세요?
우리말에 ‘르’ 불규칙 용언이 꽤 된다. ‘-르다’로 끝나는 말이 ‘-아/-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이어지면 ‘-아/ -어’가 ‘-라/ -러’로 바뀌는 용언을 일컫는다. 이때 어간의 끝 음절 ‘르’에서 [ㅡ]는 탈락하고 남은 [ㄹ]은 앞 글자의 받침으로 자리잡는다. 가령 ‘흐르다’에 ‘-었다’가 이어지면 ‘흐르었다’로 되고 ‘흐렀다’로 되는 것이 규칙활용이다. 그러나 정작 활용형은 ‘흘렀다’다. [ㄹ] 소리가 덧나는 것이다. 음운현상으로 설측음화다. ‘-르다’로 끝나는 용언 중에서 동사로 ‘치르다/ 따르다/ 들르다/ 이르다(着)’, 형용사로 ‘누르다(黃)/푸르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르’ 불규칙 용언이다
그런데 표준말로 규정돼 있는 서울말에서 설측음화 현상이 아무렇게나 일어나고 있다. ‘르’ 불규칙 용언이 ‘-아/-어’로 시작되지 않는 어미와 이어질 때도 [ㄹ]이 덧나는 발음을 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매우 넓고 깊이 퍼져서 전문 방송인인 아나운서들까지 이런 현상에 물든 사람이 많다.
“이 약 바르세요”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많은 이들이 “발르세요”라고 한다. ‘바르다/ 모르다/ 찌르다/ 구르다’ 들도 주의 깊게 들어보면 ‘발르다/ 몰르다/ 찔르다/ 굴르다’로 들릴 것이다. 소리뿐만 아니라 글자까지 그렇게 적는 이도 적잖다.
이런 말은 서울 사투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까닭인지 이런 잘못들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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