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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폿잔과 소주잔
지난해 위스키 소비량은 늘고 소주 소비량은 줄었다니 일반인들로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우리의 전통적인 대중주는 막걸리와 소주가 아닐까 싶다. 뙤약볕에서 모내기를 하다 시원한 막걸리를 대폿잔 가득 부어 들이켤 때 은은히 올라오는 취기와 포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직장인들에겐 일과 후 삼삼오오 모여 기울이는 소주잔의 짜릿함이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그런데 왜 같은 술잔이면서 '대폿잔'은 'ㅅ'이 있고 '소주잔'은 없을까. 대폿잔이 훨씬 커서 그런 건 아니다. 순 우리말 또는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바다+가→바닷가), 뒷말의 첫소리 'ㄴ''ㅁ'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경우(제사+날→제삿날) 등에 사이시옷을 넣는다. 소주잔(燒酒盞)처럼 한자어로만 된 합성어는 'ㅅ'을 넣지 않는다. 초점(焦點), 시가(時價)도 마찬가지다. 그럼 대폿잔은? '순 우리말(대포)+한자(盞)'에 뒷말이 된소리가 나므로 'ㅅ'을 넣는다. 한자어엔 'ㅅ'을 넣지 않지만 예외도 있다. 셋방(貰房) 숫자(數字) 횟수(回數) 곳간(庫間) 찻간(車間) 툇간(退間) 등 6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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