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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최인호
‘위하다’는 예부터 써 왔다. 사람·사물을 받들거나 이롭게 하고자 할 때 썼다. 그런데, 요즘 자주 쓰는 ‘위(爲)하다’는 말·글에서 ‘위하는’ 구실보다 ‘해롭히는’ 구실을 할 때가 많다. 보통 ‘-하기 위하여, -를 위하여, -를 위한’ 꼴로 쓰이는데, 그 쓰임을 살펴보자.
“특수목적 회사는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해 만든 서류상 회사다.”
여기서 목적어를 ‘유동화증권 발행’으로 잡았는데, 이보다는 ‘유동화증권’이어야 자연스럽다. 손질하면 “특수목적 회사는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만든 서류상 회사다”가 된다. ‘발행하기’는 ‘발행하다’를 명사화한 쓰임인데, 좀 나아졌지만 아직 ‘위해’를 달고 있다.
대체로 ‘-기 위해’는 의지를 가진 씨끝 ‘-고자, -하려고, -하도록’을 쓰면 간단해진다. 그래서 “특수목적 회사는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자 만든 서류상 회사다”가 된다.
‘위하다’는 전통적인 말법을 빼면 제목·법·단체 이름 등 말을 극히 줄여 쓸 때나 쓸모가 있을 뿐, 보통 글에서는 ‘부림마디, 매김마디, 어찌마디’를 길고 복잡하게 두는 폐단이 있다. 또한 한자말을 여럿 잇대어 붙이기도 하고, 입말을 글말로 바꾸며, 걸맞고 적확하게 쓰일 풀이말을 사장시키는 구실도 한다.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통화안정 채권과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을 발행한다.” 여기엔 ‘위해·위한’이 두루 보이는데, 이는 월을 둘로 나눠 쓰면 간명해진다. 다른 말에 손을 덜 댄다면 “환율을 방어하려고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과도히 풀린 통화량을 조정할 목적으로 통화안정 채권과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을 발행한다” 정도로 다듬을 수 있겠다.
‘위하여’꼴이 많이 쓰이게 된 데는 영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숱한 영어 익은말(in order to, so as to, with a view to, in the cause of, for the cause of, for the sake of, for the benefit of, for one’s sake, in the interests of …)들을 ‘-하기 위하여, -를 위해, -를 위한’으로 익히고 써버릇한 까닭이다.
△학벌지상주의 극복을 위하여 → 학벌지상주의를 극복하려면 △의뢰자들은 대부분 초·중·고교생 자녀를 조기유학시키기 위해 이민을 신청했는데 → ~ 자녀 조기유학 관계로 이민을 신청했는데 △신자유주의는 더 많은 일자리를 약속하지만 그러한 삶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우리의 삶이 더 망가지게 되어 있다 → ~ 그런 삶의 조건을 갖추자면 ~.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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