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태?
늦은 밤 귀갓길에 탄 택시에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1977년에 발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지금도 여전히 노래방에서 인기있는 노래였다. 뒷자리에 몸을 파묻듯 기대어 앉아 그 노래를 듣자니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불현듯 떠오르는 옛 기억, 머리를 맴돌며 좀체 가시지 않는 상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기를 잠깐, 어느새 내가 그 노래를 읊조리듯 흥얼대고 있었다. ‘나나나나…’ 가락에 맞춰 부르는 택시 기사의 노랫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이 노래는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른 그룹 이름은 ‘샌드페블즈’이다. ‘발음이 명확하고 전원적인 느낌이어서 농과대학 그룹 이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만장일치로 정했다’는 게 제1기 멤버인 가톨릭대 주대명 교수의 증언이다. ‘모래·자갈’(sand pebbles)이라니 그럴 법한 작명이다. 이 노래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프로그램 영상을 찾아보았다. 부연 흑백 화면 중간에 들어간 손으로 쓴 흰색 자막 문구는 ‘나 어떻해/ 창작곡’이었다. 맞는 제목은 ‘나 어떡해’이니 ‘나 어떻해’는 제작진의 착오로 생긴 생방송 때 실수였다.
‘어떻게’[어떠케]와 ‘어떡해’[어떠캐]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지만 서로 다른 말이고, ‘어떻해’는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어떻게’는 ‘어떠하다’가 줄어든 ‘어떻다’에 접미사 ‘-게’가 붙은 말로 ‘어떻게 된 거니’처럼 부사적으로 쓰여 다른 말을 수식하지만, ‘어떻게 해’의 준말인 ‘어떡해’는 용언을 수식하지 않고 ‘안 오면 어떡해’처럼 서술어로만 쓸 수 있다. 인터넷 검색(구글)을 해보면 잘못 쓴 ‘나 어떻해’(1480만건)가 제대로 쓴 ‘나 어떡해’(480만건)보다 3배 가까이 많이 나온다. ‘어떻해’의 어줍은 소리를 밝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해’의 발음은 (굳이 발음하자면)[어떠태]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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