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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살아 있다 2
대설인 오늘 우리나라는 서해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눈이 올 것이라 한다. 세상은 이미 엊그제 내린 눈으로 반짝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한겨울이지만 지구 건너편 남반구의 브라질은 영상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이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날아온 기사 한 줄이 눈길을 끈다. “내년 2월에 펼쳐질 ‘리우 카니발’에 호랑이 로봇상과 ‘반가사유상’이 앉아 있는 초대형 무대 차량이 선보일 것”(ㅈ일보)이란 내용이었다.
‘반가사유상’은 반가부좌의 준말인 ‘반가’(半跏)와 생각하는 불상이라는 뜻의 ‘사유상’(思惟像)을 합친 말로 이런 모습의 불상은 현재 우리나라에 38구(軀)가 전해지며 그중에 금동으로 만든 것은 24구가 남아 있다 한다.(위키백과)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이름을 풀어보면 재질(금동)과 주인공(미륵보살), 형태(반가사유)를 알 수 있다. 유물의 이름으로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유물의 이름이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처럼 어려운 한자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박물관에서 만난 이 유물에는 ‘물가풍경무늬 정병’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상감기법의 하나인 ‘은입사’로 만든 ‘포류수금’(창포·버드나무 따위의 물가 식물과 물오리·기러기가 어우러진 물가 풍경) 무늬의 ‘정병’(물병)이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셈이다. 이것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수뉴문병’(垂紐文甁)은 ‘끈무늬 병’으로, ‘주자’(注子)는 ‘주전자’로, ‘미원계회도’(薇垣契會圖)는 ‘사간원 관리들의 친목 모임’처럼 쉬운 이름으로 바뀌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시월 용산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전시용어 개선작업’을 한 덕분”이라는 게 박물관 쪽의 얘기이다. 어려운 한자어 속에 갇혀 있던 유물의 본색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낸 덕에 자칫 퀴퀴해질 수 있는 박물관이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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