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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공약
대통령 선거일을 한달 남짓 남겨두고 대선 후보들의 이모저모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후보 단일화’를 외치는 야권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까, ‘0%대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들은 선거일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따위의 것들이다. 이런 화제는 웃음으로 시작했다 괜한 트집으로 이어져 끝내 입씨름으로 바뀌기 십상이다.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에 경도된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해양수산부 존폐 / 문, 10조 해저터널 공약 / 안, 4대강 사업에 대해 / 이랬다저랬다’(ㅈ일보), ‘세 후보의 불편한 진실 - 말 바꾸기’를 다룬 신문 제목에서 보듯 이번 선거도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이 뒤범벅되는 형국이다.
‘헛된 약속’의 공약(空約)을 솎아내려 시작한 게 ‘매니페스토 운동’이다. ‘매니페스토’는 ‘분명한 의미, 매우 뚜렷함’의 의미를 담은 라틴어 ‘마니페스툼’(manifestum)에서 나온 말로 ‘선언, 성명’의 뜻이다.(위키백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펴낸 <공산당 선언>(The Communist Manifesto)에서 알 수 있듯이 원뜻이 ‘선언’인 것이다. 선거 정책 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영국 보수당이 펴내기 시작한 게 시초로 알려진 ‘선거(정책) 매니페스토’는 2003년 일본 중의원 선거에 등장하면서 2005년 총선 때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따지고 보면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표준국어대사전)인 ‘공약’이 곧 ‘매니페스토’인 셈이다. 지난주에 국립국어원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에서 ‘매니페스토’를 다듬은 말로 ‘참공약’을 선정했다.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참-’을 붙여 ‘공약’의 제 뜻을 돋을새김한 것이다. 오늘로 퇴임 100일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새삼 떠오른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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