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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지난 주말 뜻있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방송 언어와 방송 언어 정책’을 주제로 국립국어원과 한국사회언어학회가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방송 언어 변천사와 전망, 방송 언어 정책과 방송계 현실, 뉴스 언어, 드라마 언어로 나뉘어 진행된 이 행사는 여러모로 유익했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뜨거운 감자’, ‘전향적’이라는 표현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거나 “방송이 청소년 언어에 미치는 영향은 친구와 인터넷 등의 작용에 비해 크지 않다”는 발표자들의 주장은 현직 방송인으로서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것이기도 했다.
“‘장맛비’의 사이시옷은 재고해야 한다”, “‘병점역’, ‘당고개역’ 등의 일부 역 안내방송 발음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들은 학술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 나온 시빗거리였다. 말과 글을 바루며 다루는 이들이 모인 자리에 단골로 오르는 이런 화제들 가운데 귀를 솔깃하게 한 새로운 말거리도 있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명언으로 알려진 ‘카이사르(율리우스)’는 보통명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랬다. ‘카이사르’(Caesar)는 로마의 장군·정치가인 ‘율리우스’를 뜻하기도 하지만 ‘황제’를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서양 ‘황제’의 어원은 ‘카이사르’의 양아들인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에서 비롯한다.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디비 필리우스 아우구스투스’(Imperator Caesar Divi Filius Augustus)의 ‘카이사르’가 황제를 뜻하는 독일어 ‘카이저’(Kaiser), 러시아어 ‘차르’(царь) 등의 어원이 되었다. 북한에서는 ‘짜리’라 한다.(위키백과)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시오’(마태오복음 22장)에서 보듯이 개신교 성경에 나오는 ‘카이사르(가이사)’를 <가톨릭 200주년 신약성서>는 ‘황제’로 번역한다. 성경에 나오는 ‘카이사르’는 셰익스피어가 노래한 ‘줄리어스 시저’가 아닌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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