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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세계 최고의 스피드 축제가 전남 영암에서 펼쳐진다. 오늘 예선을 시작으로 일요일 결승으로 마무리되는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그것이다. 경주차의 굉음과 ‘쏜살보다 빠른’ 속도를 즐기는 데 현장 관람보다 좋은 것은 없다. 현장 중계 화면의 백미는 헬리콥터에서 찍은 ‘항공샷’이다. 곧음과 굽이가 섞여 있는 경주로 여기저기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종사와 카메라맨, 기술감독이 한팀이 되어 날아다니는 국내 방송사 항공촬영팀의 연간 직접운영비용은 2억~3억원쯤 된다고 한다.
국내 자동차경주대회를 중계하는 케이블방송 화면에도 항공촬영 그림이 나올 때가 있다. 무선 조종 소형 헬리콥터로 찍은 화면이다. 관련 장비를 소개한 신문기사 제목 ‘어디선가 날아와 당신을 찍는다… 드론의 습격’에 솔깃해 본문을 보았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무인항공기가 민간에서도 널리 쓰인다는 기사였다. ‘미국이 독점했던 드론(drone·무인기)을 현재 세계 76개국이 보유하고 있다고…’(ㅈ일보), ‘테러 용의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을 드론으로 공격해…’(ㅅ방송)처럼 ‘드론’을 분별없이 쓰는 매체가 많다.
‘미국은 무인기 연구에 몰두설’(1949년, ㄷ일보), ‘무인기 폭탄장치 한국전선에서 사용중’(1952년, ㄱ신문)에서 보듯이 1950년 전후의 무인기는 유도탄(미사일)으로 21세기의 무인기와 사뭇 다르다. 2000년 이후 쓰임이 많아진 ‘드론’(약 4700건)은 무인항공기(약 5300건), 무인기(약 3200건), 무인전투기(약 2000건), 무인비행기(약 1700건)보다 기사에 많이 등장한다.(다음 검색) ‘드론’은 무인비행기(선박)를 가리키는 영어일 뿐이다. 중국과 이란, 터키의 무인기를 ‘드론’이라 하는 것은 생뚱맞다. 기사를 쓸 때 ‘비행기’를 ‘에어플레인’이라 하지 않듯이 ‘무인기’도 ‘드론’이라 하지 않는 게 앞뒤가 맞는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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