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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드레기
“굴을 처음으로 먹은 사람은 참으로 대담한 사람이다.” <걸리버 여행기>로 널리 알려진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고상한 대화>에서 한 말이다. 그럴듯한 얘기이다. 굴의 껍데기와 속살은 얼핏 흉물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냄새도 강한데다 물컹한 질감 또한 썩 좋다 할 수 없는 생물을 처음 먹은 조상은 대담한, 또는 앞뒤 안 가리고 먹어보는 미욱한 사람일 것이다. 대담하든 미욱하든 낯선 무언가를 먹어본 조상이 있기에 지금 우리 밥상은 풍성해질 수 있었다. 굴이 그러하듯 산야에 널린 풀과 열매, 뿌리도 ‘대담한’ 누군가 있었기에 식용 여부가 가려졌을 테니 말이다.
대체로 음습한 곳에 자생하는 버섯도 그러하다. 광대버섯, 구슬버섯, 그물버섯, 기와버섯, 깔때기버섯, 달걀버섯, 말굽버섯, 못버섯…. 이처럼 주로 생김에 따라 이름 붙은 버섯 가운데 송이버섯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송이가 버섯의 으뜸 자리에 오른 것은 ‘100퍼센트 자연산’이어서 그럴 것이다. 맛으로 치면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한가위를 전후해 ‘봉화송이축제’, ‘양양송이축제’, ‘울진금강송송이축제’처럼 송이를 내세운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어른들 따라 송이 채취에 나선 기억을 떠올리며 ‘송이 맛은 퍼드레기가 최고’라 하는 경북 봉화 출신의 사진작가를 만났다. ‘퍼드레기’는 갓이 완전히 퍼져 상품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자란 ‘등외품’을 이르는 지역어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는 ‘퍼드레기’를 강원도 강릉 방언으로 보고 ‘갓버섯’을 표준어로 제시하고 있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퍼드레기’는 강원도뿐 아니라 송이가 나오는 여러 지역에서 쓰고 있는 표현이며, 무엇보다 갓버섯은 송이와 다른 버섯이기 때문이다. 송이 산지에서는 ‘퍼드레기’를 ‘갓송이’라 하기도 한다. 현지 언중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답은 쉽게 얻을 수 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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