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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
시드니올림픽이 열리던 2000년 여름도 뜨거웠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따낸 메달의 수는 런던올림픽과 같은 28개였지만 색깔은 달랐다. 금메달 8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0개. 당시 메달리스트 중에 돋보인 이는 체급을 바꾸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레슬링의 심권호 선수였다. 귀국 환영회,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 등으로 분주했던 심권호를 스튜디오에서 만나 물었다. 집에 돌아오니 어떻더냐? 뻔한 질문에 돌아온 답은 ‘고수’다운 것이었다. “이미 잔치는 끝나 있었다.”
대한민국이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따낸 런던올림픽의 잔치도 끝났다.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여준 중계방송도 아울러 끝났다. 하지만 뒤끝은 남는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를 대본 없이 전하는 스포츠 중계에 크고 작은 실수가 없을 수 없다. 중계방송을 업으로 삼는 아나운서이기에 웬만한 허물은 그러려니 넘어가기를 바라는 바 없지 않다. 한편으로는 생방송이기에 피할 수 없던 상황, 비켜설 수 있었지만 그러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범실’, ‘주어진다’, ‘보여진다’ 따위의 답습하면 안 될 전철을 되밟은 중계가 더욱이 그러하다.
폐막을 앞둔 지난 토요일 밤 ‘한일전’이 열렸다.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이다. 내내 끌려가던 한국이 잇따라 점수 올리는 상황에서 서브 실패가 나왔다. 역전을 코밑에 두고 나온 ‘치명적 실수’는 중계 아나운서 말 한마디에 ‘범실’(평범한 실책)로 둔갑했다. 리듬체조에서는 ‘26.750점이 주어진다’ 했다. 점수는 ‘(심판이) 주는 것’이며 ‘(선수가) 받는 것’이다.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도 피동의 뜻이 겹쳤다. 장래 상황은 ‘전망하다’, ‘기대하다’, ‘예상하다’라 하면 될 일이다. 스포츠 중계의 기본인 상황전달과 경기분석은 용어·표현의 상투성을 다듬는 것에서 시작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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