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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씨배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대회가 있다. 4년마다 열리고, 단일 대회 최대 우승 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5월22일 시작한 ‘응씨배 세계바둑대회’가 그것이다. 1988년 대회 창설 이후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연이어 우승한 뒤 지난 6회 대회도 최철한이 제패해 ‘한국 바둑의 텃밭’이기도 한 대회이다. 6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의 결승 진출이 확정되었다. 이 대회 명칭은 중국 본토 출신의 대만 재벌인 잉창치(응창기)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응창기배’(-盃)가 익숙한 이 대회 이름은 여러 표기로 매체에 등장한다. ‘응씨배’(약 7만건), ‘응창기배’(약 2만9천건), ‘잉씨배’(약 2만4천건), ‘잉창치배’(약 1만6천건)(구글 검색)처럼 대회 이름은 물론 선수 이름도 매체에 따라 다르다. ‘중국은 랭킹 1~4위인 탄샤오, 시에허, 콩지에, 장웨이지, 여기에 구리, 박문요…’(ㅇ신문), ‘중국은 류싱(劉星), 쿵제(孔杰), 박문요, 구리(古力), 장웨이지에(江維杰)…’(ㅈ일보)
‘고 잉창치(응창기)가 고안한…’(<한겨레>)처럼 우리 한자음을 병기해 한자 읽기의 부담을 덜어내는 게 아니라면 ‘잉창치(응창기, 應昌期)’, ‘구리(고력, 古力)’처럼 괄호 안에 한자(음)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위안스카이’와 ‘원세개’(袁世凱)를 서로 다른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기에 그렇다. 지린(길림, 吉林), 옌지(연길, 延吉), 헤이룽장(흑룡강, 黑龍江) 같은 땅이름도 마찬가지다. 우리 한자(음) ‘해란강’(海蘭江)을 밝히지 않고 ‘하이란장’으로만 쓰면 노래 <선구자>의 주인공이 말 달리던 곳이 그곳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변처럼 조선족자치주 안의 고유명사는 우리 한자음으로 쓴다’는 <한겨레>의 뜻은 새겨볼 만하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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