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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름
해질녘 잿빛 땅거미가 젖어들 무렵, 혼자 볼 때면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희뿌연 흑백텔레비전 화면에는 늪 수면으로 솟아오른 물방울이 터지고 있었다. ‘어둠에 묻혀서 사는’ 주인공 벰, 베라, 베로가 등장하는 만화영화 <요괴인간>의 시작 장면이었다. 1970년대 만화영화 <타이거마스크>, <철인 28호>, <마징가제트> 그리고 <은하철도 999>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있다.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가 그것이다.
‘철완 아톰’, ‘정글 대제’, ‘리본의 기사’가 원제목인 이 만화영화를 만든 사람은 일본 애니메이션 ‘아니메’를 이끈 인물이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5년 3월 당시 공습경계에 나섰던 그는 연합군의 오사카 폭격을 목격하게 된다. 3시간에 걸친 대공습으로 3000여명이 숨진 현장은 참혹했다.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며 그 상황이 차라리 만화이기를 바라면서 만화가가 되었다는 그를 기리는 작품이 전시·상영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데즈카 오사무’(手塚治). 어떤 자료에는 성과 이름의 순서를 바꾼 ‘오사무 데즈카’로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본과 중국도 이름 앞에 성을 붙인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는 이름 뒤에 성을 쓴다. 바이올리니스트 ‘세라 장’과 골프선수 ‘미셸 위’의 한국이름은 ‘장영주’, ‘위성미’이고, 주한미국대사 이름은 ‘성 김’, 한국이름은 ‘김성용’이다. 이처럼 한국계 미국인의 이름은 성과 이름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일본 사람의 경우는 헷갈리기도 한다. “세계적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의 부지휘자로 발탁되는 등…”(ㅂ일보)처럼 뒤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세 나라 사람의 성명은 ‘세이지 오자와’(Seiji Ozawa)가 아닌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처럼 써야 한다. ‘명훈 정’(Myung-Whun Chung)이 아닌 ‘정명훈’이듯이 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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