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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열사
‘의사와 열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삼일절을 앞둔 어느 날 강의실에서 만난 이들에게 물었다. 시원하게 바로 대답한 이는 없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기억 조각을 짜맞추어 내린 결론은 ‘맨몸으로 저항하면 열사, 무력으로 항거하면 의사’였다. 강의를 마친 뒤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열사(烈士):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 의사(義士): 의로운 지사(志士: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
국가보훈처가 2005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서는 “국가보훈처에서는 의사·열사를 구분하지 않고 ‘독립유공자’로 표기하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구분하고 있으며 법률적 용어는 아님”이라고 명시하면서 ‘(통용되는 기준은 아니지만) 의사와 열사를 민간이나 학계에서 통념적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밝힌 의사와 열사의 차이는 이렇다. 의사는 ‘성패에 관계없이 목숨을 걸고 무력으로써 적에 대한 거사를 결행한 사람’으로 대표적 인물은 안중근 의사(이토 히로부미 저격), 이봉창 의사(일본 천황에게 폭탄 던짐) 등이며, 열사는 ‘직접적인 행동 대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자결로써 자신의 굳은 의지를 내보인 사람’으로 민영환 열사(을사늑약 체결반대 자결), 이준 열사(헤이그 밀사로 독립의지 표명 자결) 등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은정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역사용어 바로쓰기>에서 “1980년대 이후 민주화·노동운동 과정에서 산화한 이들을 ‘열사’라 호명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운동세력 스스로였다”고 말했다. 죽음으로 대의를 드러낸 이들을 ‘열사’로 일컫는 것은 특정 집단만의 일은 아니다. ‘독립유공자’, ‘순국선열’, ‘애국지사’를 뽑아 기리는 일도 정부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삼일절을 보내며 나라와 겨레를 위해 스러진 이들을 어떻게 부르며 우러를 것인가 곱씹어본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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