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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
사슴뿔이 달린 머리는 낙타 형상이다. 생김새는 돼지 코에 토끼 눈, 소의 귀를 닮았고, 몸통은 거대한 뱀과 비슷한데 비늘로 덮여 있다. 발은 호랑이 주먹 같은 게 네 개 달렸는데 발톱은 매의 발톱이다. 깊은 못이나 늪, 호수, 바다 같은 물속에 사는 이 녀석은 때로 하늘에 올라가 풍운을 일으킨다고 한다. 기린·봉황·거북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의 하나로 꼽히는 상상의 존재인 이것은 용이다.
용은 임금의 얼굴인 용안(龍顔), 임금이 타는 수레인 용거(龍車)처럼 임금이나 제왕같이 비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새해 들어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담은 용 얘기가 많이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을 꿈꾸는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登龍門)이 될 것이고, 대통령 선거에서는 잠룡(潛龍)들이 맞설 것이다. 큰일 할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와룡(臥龍)들 또한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용의 형상과 기운에 기댄 상술도 눈에 띈다. 가발 회사는 ‘龍毛(용모)단정’ 행사를 내세워 손님을 끌고 있고, ‘달마도’는 ‘흑룡 달마도’로 변신해 팔리고 있다.
서울의 인사동을 비롯한 관광 명소에 가면 눈에 띄는 과자가 있다. 달큼한 반죽 덩어리를 실타래처럼 만든 ‘꿀타래’이다. 네 갈래씩 여섯 번 손으로 뽑아내면 1만6384가닥의 아주 가는 실처럼 되기에 ‘용수염’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가는 국수를 만들어 ‘용수면’으로 내놓는 식당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용수염’은 숲속 촉촉한 곳에서 자라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을 가리킬 뿐이다.(표준국어대사전) 용의 수염은 그냥 ‘용수’(龍鬚)라고 한다. 용수는 명주실 타래처럼 곱고 부드럽지 않을 것이다. 용 그림을 뜯어보면 수염은 양쪽에 한 가닥씩 뻣뻣하게 나 있을 뿐이니까. 게다가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을 ‘용수철’이라 하기에 그렇다. 이틀 뒤면 임진년 진짜 설날을 맞는다. 용수철같이 탱탱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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