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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그림찾기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인천역에 내리면 차이나타운이 있다. 130년 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인과 함께 이 땅에 발을 디딘 중국 상인 40여명이 정착하며 시작된 곳이다. 우뚝 솟은 패루를 지나 비탈길을 오르다 보면 중국풍의 볼거리·먹을거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 동네 한쪽에 북성동 주민센터가 있다. 거기에서 ‘틀린 그림 찾기’를 만났다. 주민센터 어귀에 있는 전자안내판 메뉴의 하나로 제공되는 ‘틀린 그림 찾기’. 차이나타운을 담은 사진 두 장의 서로 다른 부분을 찾아내는 놀이이다. 다른 부분을 찾아내는 놀이인데 안내 화면에 나온 이름은 ‘틀린 그림 찾기’였다.
언뜻 보면 똑같은 그림이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서로 다른 그림이다. 그림 두 개를 번갈아 보며 포장지 무늬, 수염 모양, 가로등 장식, 머리띠 색깔 따위가 다른 걸 모두 찾아내면 놀이는 끝난다. 디지털 이미지가 많아지면서 컴퓨터로 손쉽게 다른 곳을 찾아내는 방법도 등장한 이 놀이 이름은 그래서 ‘다른 그림 찾기’라 하는 게 맞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찾는 놀이이니까.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이고,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표준국어대사전)이다. ‘틀리다’에 맞서는 말은 ‘맞다’이고,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이다.
심심풀이로 즐겨 하는 ‘다른 그림 찾기’를 ‘틀린 그림 찾기’로 버젓이 표기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인쇄매체 시절부터 널리 쓰인 ‘틀린 그림 찾기’를 인터넷 시대에도 받아쓰기 때문일 것이다. ‘틀리다’와 ‘다르다’의 제 뜻 살펴 쓰지 못한다고 타박하지만 말고 사전에 밝혀주는 건 어떨까. ‘다른그림찾기’를 올림말로 삼고, ‘틀린그림찾기’는 ‘다른그림찾기의 잘못’임을 사전에 명시하는 거다. ‘다른 그림 찾기’의 사촌쯤 되는 ‘숨은그림찾기’는 표제어로 당당히 올라 있다. ‘복잡하게 그려 놓은 그림에 숨겨진 물건을 찾도록 한 놀이’가 숨은그림찾기의 뜻풀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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