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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륙교'의 발음은?
마라톤 중계방송을 할 때 가끔 인용하는 격언이 있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인간 기관차’로 널리 알려진 체코의 장거리 육상 선수 에밀 자토페크가 남긴 말이다. 사냥과 유목으로 살았던 민족의 본성을 드러낸 표현이다. 농업이 바탕이었던 겨레에게는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어울린다. ‘올레길’, ‘둘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을 찾는 이가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도로 상황도 바뀌고 있다. 길 건널 때면 오르내려야 했던 육교가 사라지고 횡단보도가 생기고 있으니까.
다리는 원래 물을 건너기 위해 생긴 것이다. 개천을 건너고 큰 강을 가로질러 세우는 다리와 달리 ‘번잡한 도로나 철로 위를 사람들이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공중으로 건너질러 놓은 다리’(표준국어대사전)는 ‘땅 위의 다리’인 육교(陸橋)라 한다. 섬과 뭍을 잇는 다리는 ‘연륙교’이다. 엊그제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인천시가 영종도 제3연륙교를 상반기에 착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관련 방송 뉴스를 검색해보니 ‘연륙교’의 발음이 한 꼭지 안에서도 서로 달랐다. “제3연륙교[열륙꾜] 건설 타당성에 대한 용역 조사 결과…”(ㅅ방송 기자), “제3연륙교[연뉵꾜]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ㅅ방송 앵커), “제3연륙교[열륙꾜] 건설은…”(ㅁ케이블 뉴스 앵커·기자), “제3연륙교[연뉵꾜]는 영종하늘도시와 청라지구를 연결하는…’(ㅁ케이블 뉴스 출연 공무원).
연륙교는 ‘강이나 바다, 호수, 섬 따위가 육지와 잇닿음. 또는 그 사이를 메워서 이음’의 뜻인 ‘연륙’(連陸)에 ‘다리 교’(橋)가 붙어서 생긴 말이다.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표준발음법 5장 20항에 따라 ‘연륙’은 [열륙]이고 ‘연륙교’는 [열륙꾜]가 된다. [연뉵꾜]는 ‘연-륙교’라 겉짐작해 생기는 잘못이다. ‘육교를 잇는(連)’ 다리는 없다. 글을 말소리로 옮길 때 제 뜻 바로 헤아리면 발음은 저절로 바로잡히기 마련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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