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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듣기평가
이른 아침부터 학교 주변이 붐볐다. 부근 길목에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고, 들머리 양쪽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러 나온 이들의 격려 함성이 이어졌다. 그간 닦은 실력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한 바람과 흡족할 만한 결과에 대한 기대는 시험장 안의 것만은 아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 지키며 무사히 시험 마치기를 기원한 이들이 교문 밖에 있었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가 열린 법당과 예배당, 성당 등에서는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염원이 울음과 함께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엊그제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의 풍경이다.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첫 시간인 언어영역의 듣기평가는 가곡 ‘보리밭’이 흘러나오며 시작했다. 수험생들은 “문제를 이해하고 답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며 낭독자의 전달력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언어영역 듣기평가 파일을 들어보았다. 표준발음법 제3장에 명시된 ‘음의 길이’, 곧 ‘모음의 장단’은 따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규범에 따라 모음의 길고 짧음을 낭독하면 스물 안팎의 나이가 대부분인 수험생들에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게 들렸을지 모른다. 남녀 성우의 낭랑한 목소리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문맥에 따른 끊어 읽기나 억양 따위는 적절했고 받침의 발음은 대부분 명료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모음의 소릿값, 특히 양성모음 ‘ㅐ’와 음성모음 ‘ㅔ’의 구별이 그랬다.
‘경작해서[해-]’, ‘재배[재배]면적이’, ‘식품의 재료[재-]’(듣기평가 1번), ‘대[대]나무를’(듣기평가 2번), ‘기술에 대해[대해]’, ‘간략히 소개해[-개해]’, ‘얻기 위해[-해]’, ‘있기 때문에[때--]’(듣기평가 3번)의 성우 발음은 음성모음 ‘ㅔ’로 들렸다. [애]를 [에]로 발음해도 문제없는 내용이었기에 다행이다. ‘내(네)가 그랬다’와 ‘제(쟤[쟤])가 그랬습니다’의 발음이 어정쩡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갈수록 모호해지는 소릿값의 틀을 잡기 위해서 ‘받아쓰기’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어떨까.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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