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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반포 565돌
한글날은 한글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다. ‘한글’은 ‘큰 글, 세상에서 첫째가는 글’이란 뜻을 담아 주시경 선생이 20세기에 만든 말이다. 세종대왕이 1443년에 창제한 글자는 ‘훈민정음’이다. 훈민정음의 반포는 1446년. 3년 가까운 ‘보완기간’을 거쳐 발표된 셈이다. 한글날은 반포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글은 국어가 아니다. 한글은 문자의 이름이지 ‘한국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과 볼리비아의 아이마라족은 고유 언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택했을 뿐,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한글은 외국으로 수출되지만 19세기 중국에서는 한글을 수입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청나라 위안스카이는 중국의 높은 문맹률이 어려운 한자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의 문자를 중국의 소리글자로 도입하려 한 사실이 그것이다. 당시 조선 문자 도입 계획은 ‘망한 나라의 글’이라는 반대에 부닥쳐 백지화되었다고 한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그때 결정을 후회할지 모를 일이다. 4만자가 넘는 한자의 자판 입력 속도는 한글에 비해 7배가 더 걸린다니 말이다. 음절문자인 일본 가나의 자판 입력 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나는 중국 한자에 획을 빼고 보태서 만들었다. 그래서 ‘일본은 모방했고 우리는 (훈민정음, 한글을) 창조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본의 어떤 재야 사학자는 이렇게 받아친다. “한국은 (세계 최고 문자로 인정받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도 500년 가까이 한자를 상용하며) 중국을 모방했고, 일본은 가나를 창조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부끄러움에 뒷목까지 달아오를 만큼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만든 창의적인 문자, 다른 언어권 부족도 쉽게 익혀 쓸 수 있고 중국이 한때 도입을 검토했을 만치 편리한 글자, 외국의 학자들도 한입으로 인정하는 과학적으로 우수한 한글은 우리에게 그저 자랑거리로 그치는 건 아닌지 요즘 말글살이를 돌아보며 성찰해볼 일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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