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들목 / 조롱목
나들이하기 좋은 철이다. 도시의 소음과 수많은 사람, 빌딩 숲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려면 교통 혼잡을 겪어야 할 때가 있다. 여기저기 차가 밀리고 길이 막히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 정체와 지체 원인은 차선 ‘도색 작업’이나 ‘병목 현상’, 무리한 ‘차선 변경’에 따른 접촉사고 등 여러 가지. 갑갑한 교통 상황에서 ‘차선 도색’ ‘병목’ ‘차선 변경’이란 표현과 마주치면 더 답답해진다.
‘차선도색작업중’(車線塗色作業中). 한자까지 병기된 안내판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보았다. ‘차선 도색’은 우리말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뒤늦게 오른 도색은 색칠·채색과 같은 뜻이다. 차선 도색은 그러니까 ‘차선을 색칠한다’는 표현이 된다. 도로에 선을 긋고 안내 표시를 새기는 작업은 ‘차선 긋기 작업’이나 ‘노면 표시 작업’이라 해야 제 뜻을 담아낸다.
병목 현상은 ‘도로의 폭이 병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곳에서 일어나는 교통 정체 현상’(<표준국어대사전>)이다. 병목과 함께 같은 뜻인 조롱목(조롱 모양처럼 된 길목)을 쓰면 어떨까. 병목(甁-)은 보틀넥(bottleneck)을 직역한 낱말이니 토박이말 살려 쓰자는 뜻이다. 인터체인지를 다듬은 나들목과 짝을 이루니 더 좋고. 차선(line)은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이고 차로(lane)는 ‘찻길’로 차가 다니는 길이다.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하며 신경전을…”(ㅁ방송 뉴스)은 ‘…차로 변경…’으로 해야 맞다.
경찰이 3색 화살표 신호등 도입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 새로운 교통신호 체계 도입이 시민 생활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교통은 서로 잘 오고 가게 하는 것이니 교통 정책을 잘 세우고 제대로 펴나가려면 이번 결정처럼 여론과 소통해야 한다. 교통 용어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82,954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9,189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43,509 | 2006.09.09 |
3626 |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 바람의종 | 23,811 | 2007.07.24 |
3625 |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 바람의종 | 14,755 | 2007.08.31 |
3624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14,012 | 2007.09.26 |
3623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13,807 | 2007.09.28 |
3622 | ‘기쁘다’와 ‘즐겁다’ | 바람의종 | 14,073 | 2007.09.29 |
3621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14,416 | 2007.10.06 |
3620 | 떼부자 | 바람의종 | 12,579 | 2007.10.08 |
3619 | 단소리/쓴소리 | 바람의종 | 12,482 | 2007.10.09 |
3618 | ‘부럽다’의 방언형 | 바람의종 | 10,822 | 2007.10.11 |
3617 | ‘우거지붙이’ 말 | 바람의종 | 11,557 | 2007.10.13 |
3616 | 쉬다와 놀다 | 바람의종 | 11,005 | 2007.10.14 |
3615 | 방언은 모국어다 | 바람의종 | 9,642 | 2007.10.16 |
3614 | 청소년의 새말 | 바람의종 | 12,141 | 2007.10.17 |
3613 | 우리 | 바람의종 | 9,908 | 2007.10.18 |
3612 | 분루 | 바람의종 | 11,892 | 2007.10.19 |
3611 | 사투리와 토박이말 | 바람의종 | 11,025 | 2007.10.20 |
3610 | 경제성 | 바람의종 | 10,563 | 2007.10.21 |
3609 | 외국어와 새말 | 바람의종 | 11,029 | 2007.10.22 |
3608 | 알타이말 | 바람의종 | 10,828 | 2007.10.23 |
3607 | 정서적 의미 | 바람의종 | 10,614 | 2007.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