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다
입춘이 지났다. 그래서일까,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던 한파도 한풀 꺾였다. 강추위 뒤끝에 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봄 느낌을 안고 있다. 혹한 탓에 전기도 끊기고 수돗물도 끊길 만큼 이 겨울은 참 추웠다.
지난달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날씨 탓에 멈춰서는 사고가 있었다. “연이은 한파가 계속되면서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의 금속지지대가 수축되어서” 발생했다고 서울메트로 쪽은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한 어떤 방송기자는 “지하철 운행이 [끈겨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설 연휴를 앞둔 세밑에 수돗물 공급이 끊긴 일도 있었다. 서울 강북정수장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대형 상수도관이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 발생한 일이다. “수돗물 공급이 [끈기면서] 설을 앞두고 해당 지역 주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도 전파를 탔다.
이어져 있던 것을 떨어지게 하거나 공급하던 것을 중단하는 ‘끊다’의 발음은 [끈타], ‘끊다’의 피동사 ‘끊기다’의 발음은 [끈키다]이다. ‘ㅎ(ㄶ, ㅀ)’ 뒤에 ‘ㄱ, ㄷ, ㅈ’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 음절 첫소리와 합쳐서 [ㅋ, ㅌ, ㅊ]으로 발음한다.(표준발음법 12항)
봄의 문턱 입춘이 지났으니 새싹 돋는 우수, 개구리 겨울잠 깨는 경칩이 머지않다. 동장군이 물러가면 ‘연분홍 치마 휘날리는’ 봄바람이 불 것이다. 봄바람 불면 지하철도 수도관도 추위 때문에 끊길[끈킬] 일 없을 거다. 새봄이 오면 ‘대동강 물 풀리듯’ 정치판에 끊겨[끈켜] 있던 언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