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으는 자동차
용언(동사, 형용사)은 어미 활용의 규칙성에 따라 규칙용언과 불규칙용언으로 나뉜다. 불규칙용언 중 어간의 끝소리 ‘ㄹ’이 ‘ㄴ, ㄹ, ㅂ, 시, 오’ 앞에서 탈락하는 용언을 ‘리을불규칙용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리을불규칙용언을 인정하지 않고 규칙용언으로 보고 있다. 어간 끝소리 ‘ㄹ’이 ‘ㄴ, ㄹ, ㅂ, 시, 오’ 앞에서는 예외 없이 모조리 탈락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규칙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어간 끝소리 ‘ㅡ’에 ‘아, 어’로 시작되는 어미가 이어지면 ‘ㅡ’가 모조리 탈락하므로 ‘으불규칙용언’도 마찬가지 이유로 불규칙용언에서 제외하였다.
“2011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날으는 자동차가 등장한다.” 중앙 일간지 기사의 한 구절이다.
‘날으는’은 ‘날다’의 어간 ‘날’에 어미 ‘는’이 이어지면서 매개모음 ‘으’가 삽입된 꼴이다. 규정에 맞는 꼴은 ‘ㄹ’이 탈락한 형태인 ‘나는’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대중의 언어생활에서 ‘나는’으로 쓰이는 경우는 잦지 않고 대부분 ‘날으는’으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들다, 가늘다, 찌들다, 절다’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외면해버린 규칙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어문 규정이 대중의 입만 따라다닐 수는 없다. 잠시 잘못 쓰이다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으는’과 같은 꼴은 오랜 세월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과 ‘날으는’ 두 활용형을 함께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우재욱/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