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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전술로 패했다
남의 글을 그대로 베꼈다는 말을 흔히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베꼈다”고 한다. 토씨는 조사의 다른 이름이다. 남의 글을 베끼려면 최소한 조사 정도는 바꾸어 써야 할 것 아니냐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조사를 하찮게 여기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조사는 엄격한 사용이 요구된다.
“71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신이 구사했던 그 연합전술로 김영삼에게 패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칼럼의 한 구절이다.
‘연합전술로’를 보자. ‘연합전술’에 기구격조사 ‘로’가 이어진 형태다. 문장을 훑어보면 71년에 자신이 구사한 전술은 연합전술이다. 그때는 자신이 이겼다. 그런데 이번에도 연합전술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누가 구사한 연합전술인가? 앞뒤 정황을 살펴볼 때 김영삼이 구사했다. 71년에 자신이 구사한 그 전술을 이번에는 거꾸로 김영삼이 구사했는데 자신이 패한 것이다. 그러나 문장 형식으로만 따져보면, 이번에도 연합전술을 구사한 것은 자신이고, 그 전술로 패한 것이 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연합전술’에 기구격조사 ‘로’를 붙였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상대격조사 ‘에’를 써서 ‘연합전술에’로 해야 반듯하다. “칼로 찔렀다”는 누구의 행위이다. 그러나 “칼로 찔렸다”는 누구가 찔렸다는 말로 알아들을 수는 있으나 ‘칼로’와 ‘찔렸다’의 호응이 틀어져 있다. 여기서도 상대격조사 ‘에’를 써서 “칼에 찔렸다”고 하면 반듯하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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