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아들
아들과 딸을 함께 일러 자식이라고 한다. 한자 구성으로는 아들은 자식(子息), 딸은 여식(女息)이지만, 자식은 딸과 아들에 두루 쓰인다. 여식에 정확히 대칭하는 말은, 남식(男息)이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한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동물에게는 ‘아들, 딸, 자식, 여식’ 등의 말은 쓰지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아빠, 엄마’ 등의 말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새끼’라고 하고 ‘어미, 아비’라고 한다. 그런데 ‘어미돼지, 새끼돼지’는 좋은데 ‘아비돼지’는 좀 낯설게 느껴진다. 많이 쓰이지 않았기에 낯선 것이다. 동물에게 아비는 생물학적 의미 외에는 거의 의미가 없다. ‘아비’는 가정이라는 것이 갖추어졌을 때 존재감이 드러나는 말이다.
“6년 만에 오랑우탄 늦둥이 아들 출산”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들의 활동을 다룬 신문기사 제목이다. 오랑우탄에게 ‘아들’이란 말을 썼다. 바르지 못한 말을 썼다고 할 생각은 없다. 사육사들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본 경사를 신문이 이렇게 표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새끼’라고 하면 수컷인지 암컷인지가 드러나지 않으므로 그렇게 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통상적인 쓰임은 아니다. ‘수컷 새끼’가 통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동물에게 ‘아기, 엄마, 아빠’ 등의 말이 더러 쓰이고 있다. 동요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동요 ‘송아지’에서 “엄마소도 얼룩소” 하는 대목이 있다.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하는 동요도 한몫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동요는 어디까지나 동요일 뿐이다.
우재욱/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