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음식
한때 북쪽의 들쭉술이 유명하여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였을 때 많은 양을 프랑스로 날라 갔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북쪽 사람들을 만나 보니 그렇게 즐겨 마시는 것 같지가 않았다.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들쭉나무 열매가 재료라고 하는데 우리의 복분자술과 같은 색깔을 하고 있다. 2008년 개성에서 마셨던 ‘한 딸라(1달라)’짜리 시원한 대동강 병맥주도 생각난다. 남쪽에서는 막걸리가 하늘까지 날 것 같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항공로에 묵 등의 안주와 함께 막걸리를 기내식으로 제공한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건배주가 막걸리였다고 한다. 평양에서는 예로부터 평양냉면, 대동강 숭어국과 함께 감홍로술이 유명하다고 한다.
남북 분단은 음식 관련 용어까지 바꾸어 놓았다. 녹말(농마), 주먹밥(줴기밥), 양파(둥글파), 상추(부루), 튀김(튀기), 개고기(단고기), 수제비(뜨더국), 취사장(밥공장), 작은 술(애기숟가락), 큰 술(큰숟가락) 등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괄호 속의 것이 북쪽 식 표현이다. 여기에서 ‘지지개’와 ‘찔게’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지지개’는 “국보다는 국물이 적고 진하며 짠맛을 가지는 반찬”이고 ‘찔게’는 ‘반찬’의 일반 명칭이다. 우리의 ‘찌개’는 북쪽 말로 ‘지지개’이다. 북쪽에서는 많은 음식들이 ‘사회급양망’(음식을 배급하는 조직)을 통하여 보급되고 있다.
전수태/고려대 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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