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드락싸드락 묵소!
‘싸드락싸드락’은 표준어 ‘천천히’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전라도와 충남 일부 지역에서 쓰인다. ‘싸드락싸드락’은 ‘조금씩 시들어 가거나 시든 모양’을 나타내는 말 ‘사들사들’에 ‘-악’이 결합된 ‘사드락사드락’이 ‘사드락사드락>싸드락싸드락’과 같은 소리의 변화와 함께 의미 전용이 이루어져 생겨나게 된 어휘인 것으로 보인다.
‘사드락사드락’은 국어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에서 그 쓰임을 찾아볼 수 있다. “붉은 노을 노란 노을 능선 사이사이 내려앉아 사드락사드락 빈 가슴 다독이며 초곤히 내리는 비”(<억수로 안고 싶은 그대> 장순금) “싸드락싸드락 가도 해 다 가기 전에는 갈 수 있을 거유.”(<작은 새 바람을 타고> 이미노) “밤은 싸드락싸드락 깊어 갔다.”(<불의 나라> 박범신)
‘싸드락싸드락’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전라도 고장말로 ‘싸득싸득’과 ‘싸룩싸룩’이 있는데, ‘싸득싸득’은 전라남북도에서 두루 쓰는 반면 ‘싸룩싸룩’은 전남 지역에서만 쓴다. ‘싸득싸득’은 ‘싸드락싸드락’이 줄어진 말로 보이며, ‘싸룩싸룩’은 ‘눈이나 낙엽이 천천히 내리거나 떨어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싸륵싸륵’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구경 삼아 가씨오. 싸득싸득.”(<섬을 걷다> 강제윤) “싸룩싸룩 묵으란께 왜 그렇게 싸게싸게 묵어 부냐?”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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