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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언어예절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국회·법원 비탈로 가는 민원도 숱하다. 가히 민원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기업체에는 손님, 곧 소비자나 이용자 민원이, 언론사에도 독자들의 민원과 비판이 있다.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민원이 오간다. 심지어 부탁·당부·청탁·요청·요구·확인·청원·하소연 … 같은 말들을 제치고 민원이란 말을 쓰기까지 한다. 법무사·변호사·변리사·회계사·세무사 …들은 민원을 전문으로 풀거나 대행해 주는 직종들이다.
민원은 주민·소비자가 누릴 자연스런 권리인 게 대부분이어서 요청을 들어줘야 마땅하다. 법률이란 민원을 규제·보장하는 근거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이를 해결하는 데 관청의 존재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공무원을 머슴·공복으로 일컫기도 한다. 요즘은 주인을 ‘고객’으로, 모시는 일을 ‘서비스’로 바꿔 쓸 뿐이다.
민원 가운데는 말썽거리도 많은데, 따라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큰 일은 벌이지 않으려 한다. 그 극단이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다.
민원 서류는 틀로 굳혀 쓰는 게 많지만, 글을 길게 써야 할 때도 적잖다. 대체로 상대·청자높임 말투·문투를 쓴다. 예컨대 국회에 내는 청원서를 보면 청원하는 글은 ‘합쇼체’지만, 이에 덧붙이는 국회의원의 ‘소개의견’은 ‘해라체’일 때가 많다. 이는 공적으로 굳어진 방식이라기보다 관습으로서, 부탁하는 쪽에서 합쇼체를 써야 호소가 먹혀들 것으로 여기는 데서 연유한 듯싶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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