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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언어예절
우리말 중에 ‘일’은 드물게도 열 가지 넘는 뜻으로 번져 쓰인다. ‘무엇을 만들거나 이루고자 들이는 몸과 마음의 품’이 본디 뜻이다. 일을 한다는 건 사람노릇을 한다는 말이고, 살아가는 방편이면서 권리요 의무며, 사회를 지탱하는 바탕이 된다.
그래서 어떤 쪽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헤매는 자본주의 나라의 실업자들’이라고 비웃기도 하고, 돈 놓고 돈 먹다 세상을 온통 구렁텅이에 빠뜨리고도 애써 저 단맛을 되살리려는 주의자들이 많다.
어떤 사회나 품을 주고 삯을 받는 일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품을 파는 쪽은 품삯을, 품을 사는 쪽은 그 생산물로 이익을 챙긴다. 경영도 품팔이도 못할 지경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왔는데, 이런 빚잔치가 얼마나 오래가고 자주 닥칠지 알 수 없는 게 안타깝다. 이 지경을 부른 데 전혀 무관한 이들이 하릴없이 당하는 것도 억울하려니와 저 잘난 전문가·정치인·선생들은 또 어디서 무얼 하나?
우리가 쓰는 잡탕말 중에 풀이가 필요없는 말이 일자리다. 어느 장관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잡셰어링 사업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 차원의 국민운동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눈물겹게 장롱 속 아이 돌반지를 내놓을 국민도 드물겠지만, 기업 프렌들리, 잡셰어링 따위를 들먹인다고 일자리가 생기나. 일거리나 일감을 나눈다면 몰라도. 일자리는 나누는 것이 아니라 줄이고 늘리고 만드는 것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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