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려놓곡 내여놓곡
고장말
‘-곡’은 표준어 ‘-고’에 대응하는 제주말이다. ‘-고’는 주로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거나(물이 맑고 차다), 어떤 한 사실이 후에 일어난 사실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졌다) 그런데 제주말에서는 앞쪽의 뜻으로만 ‘-곡’이 쓰인다는 점이 표준어의 ‘-고’와는 다르다. “그놈들이 다 물러가면 우리대로 잘 살곡 마음대로 해산물도 잡앙 팔곡 헐 수 있는 거 아닙니까.”(<껍질과 속살> 현길언) “너의덜 말을 들어서 오라민 오곡 가라민 갈 것이냐!”(<한국구비문학대계> 제주편)
제주말 ‘-곡’은 이미 500여 년 전인 15세기에서부터 쓰이던 말로, 현대에 와서는 오로지 제주 지역에서만 살아남은 고장말이 되어버렸다. 15세기 당시 ‘-곡’은 ‘-고’를 강조하여 말할 때 쓰는 말이었다고 한다. “어마니미 니D샤Q 너희 出家N거든 날 F리곡 머리 가디 말라.”(<석보상절>)
표준어 ‘-고’에 대응하는 또다른 고장말은 ‘-구’이다. ‘-구’는 ‘-고>구’와 같은 변화를 겪은 고장말인데, ‘-고>구’의 변화는 ‘삼촌’을 ‘삼춘’, ‘고모’를 ‘고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구’는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전북의 전주 이북 지역 제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처먹어라 … 너 생각허구서 배 고푼 것두 안 먹구 애꼈다가 갖구 왔다!”(<쑥국새> 채만식) “간밤에는 집을 비여놓구 친구허구 색주가엘 가서 술 먹구 기집 끼구 놀구 그랬으니까 …”(<속 천변풍경> 박태원)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83,036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9,250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43,586 | 2006.09.09 |
3626 | 성씨(姓氏)의 장단음 | 風文 | 892 | 2024.11.08 |
3625 | 흙밥과 흙수저 | 風文 | 913 | 2024.11.08 |
3624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風文 | 790 | 2024.11.06 |
3623 | 외래어의 받침 | 風文 | 730 | 2024.11.06 |
3622 | 손글씨 | 風文 | 736 | 2024.11.04 |
3621 | 불규칙용언 (1) | 風文 | 857 | 2024.11.04 |
3620 | 받침과 대표음 | 風文 | 762 | 2024.11.01 |
3619 | 간식(間食)의 순화어 | 風文 | 767 | 2024.11.01 |
3618 | 모음조화 | 風文 | 725 | 2024.10.28 |
3617 | 관용구와 속담 | 風文 | 800 | 2024.10.28 |
3616 | 고급지다 | 風文 | 818 | 2024.10.25 |
3615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風文 | 827 | 2024.10.25 |
3614 | 단위명사 | 風文 | 1,394 | 2024.10.24 |
3613 | 혼밥과 혼술 | 風文 | 1,297 | 2024.10.24 |
3612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風文 | 1,423 | 2024.10.23 |
3611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風文 | 1,325 | 2024.10.23 |
3610 | 웃프다 | 風文 | 914 | 2024.10.22 |
3609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風文 | 814 | 2024.10.22 |
3608 | 아저씨 | 風文 | 880 | 2024.10.21 |
3607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 | 風文 | 990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