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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유감
언어예절
일하는 태도나 형편, 일이 되어가는 꼴을 두고 하는 말이 있다. 사람 사이란 상대적이고 복잡하여 바람 잘 날이 없고, 잠잠할 때라도 무슨 사달이 도사리기 마련이다.
걱정·우려·유감·한탄·개탄·규탄·항변·항의 … 차례에서 뒤로 갈수록 말의 세기가 더한다. 낱낱 사람이나 공인, 집단을 가리지 않고 사물을 논평하거나 견해를 밝힐 때 하는 말도 비슷하다. 나라 사이에서 주고받는 말이라고 별스레 딴말이 쓰이지는 않는다. 말무늬는 달라도 어느 족속이나 마음은 비슷하여 이 정도를 그 나라말로 뒤치면 두루 통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스럽다”를 붙여 쓰면 형용사가 되는데, 보고 느끼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꼭 집어 말할 때는 동사를 써야 힘이 난다. “걱정이다, 우려한다, 의문이다, 안타깝다, 유감이다, 실망이다, 개탄한다, 고치라, 바로잡으라, 시정하라, 배상하라, 복구하라, 책임지라 …”
좀 점잖게 경고하는 말이 “걱정스럽다·우려한다·의문이다” 정도다. 어려움·실망이 겹치면 “유감이다·유감스럽게 생각한다”를, 앞뒤 잴 것이 없다면 “개탄·규탄한다”를, ‘항의’ 단계로 가면 즉각 바로잡고 손해·손실 배상·보상 요구를 아우른다. 최후통첩 다음엔 실력 대결이다.
이런 단계가 대충 공식화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뛰어넘기도 하고, 저마다 생생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파격 없는 판박이는 말싸움만 부를 뿐 재미도 발전도 없다. 적절한 말을 골라 써야 말값이 오르지만, 상대·대상의 형편을 제대로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고도 망발·헛소리가 될 때도 있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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