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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샛말로 …
언어예절
글을 쓰면서 고전, 앞선 연구, 작품들에서 구절을 즐겨 따오는데, 권위 편승, 문자 취향, 현학 취미 …들을 보여줄 때가 많다. 출처만 제대로 댄다면, 그 솔직함에 이런 티들은 녹아든다. 고질병이긴 해도 자기 말인 것처럼 꾸미는 거짓보다는 나은 까닭이다.
짧은 낱말이나 말마디를 별스럽게 들출 때도 있다. 이때 듣기에, 옛말에, 시쳇말로, 속된말로, 요샛말로, 아니할 말로, 못할 말로, 까놓고 말해서, 이른바 …들을 끼워넣는데, 그 연유와 보람은 무엇일까?
역시 출처 밝히기의 한 방식이다. 그냥으론 밋밋해서 좀더 별스런 성금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쓴다. 상대에게 한숨 고르도록 배려하면서 말을 마무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요샛말’은 국어사전에 올랐지만 ‘요즘말’은 아직 올리지 않았다.
“그 아이는 요샛말로 그룹 회장집 아들이었다” “심려치 마시지요가 아닌 외래어인 요샛말 ‘노 프로블럼’이다” “요샛말로 ‘원천기술’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는 요샛말로 2%가 부족하다” “요샛말로 원조교제 냄새도 난다고 했다” “요즘말로 인재 풀을 넓혔고 교육 입국의 기초를 튼튼히 한 것이다” “요즘말로 하면 소외된 아웃사이더란 뜻이다” “요즘말로 하면 ‘아빠’ ‘엄마’라고 불렀다”(신문글들에서)
대체로 무엇을 설명하거나 화제를 들춘 뒤 이를 한마디로 뭉뚱그려 베풀 때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식은 낱말·마디를 가리지 않고, 종류는 고유어·수치·외래어를 가리지 않는다.
요즘 얘기를 하면서 굳이 요샛말을 들출 건 없겠고, 온전히 쓰이는 말을 요샛말로 특정하는 것도 우스울 때가 있다. 신조어·유행어·익은말도 자주 쓰면 식상해진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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