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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물·더믈
사람이름
세종 3년(1423년), 김가물·김사안·김내거(金加勿·金沙安·金乃巨) 등 남녀 다섯이 요동에서 도망쳐 왔다. 본디 강계 사람으로, 요동으로 달아나 동녕위(東寧衛) 군대에 들어갔다가 고향이 그리워 도망 온 사람들이었다. 임금은 이들이 비록 우리 사람이나 중국 군대에 이름을 올렸으므로, 구실아치와 함께 그들을 요동으로 보냈다. 이름 표기에서 加勿(가물)은 ‘더믈’을, 高時加勿(고시가물)은 ‘고시더믈’을 적는다.
<용비어천가>에 夾溫猛哥帖木兒(협온맹가첩목아)·賽因帖木兒(새인첩목아)·兀魯帖木兒(올로첩목아)·高時帖木兒(고시첩목아) 따위 사람이름이 ‘갸온멍거터물·사인터물·우로터믈·고시더믈’로 적혀 있다. 帖木兒(첩목아)를 적는 ‘터물·터믈·더믈’ 가운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더믈’은 우리나라 말로 바뀐 것이고 ‘터물’은 몽골말 소릿값, ‘터믈’은 그 중간 꼴이다.
‘터물’은 몽골 사람 이름에 자주 쓰이는 밑말로, 쇠를 뜻한다. 그 자취는 야인과 우리나라 사람이름에 남아 있다. ‘부허’(不花)는 ‘부개·보개’로, ‘오부카/오부허’는 ‘어부개’로, ‘노하이’는 ‘노개’, ‘코이시터물’은 ‘고시더믈’로도 자리잡았다. 그 밖에 ‘바얀, 바두/바두리/바토/바토이, 사안/사얀, 돌치, 보라/보로, 야수개’ 따위 이름이 쓰였다. ‘돌치’는 티베트말로 도르찌(다이아몬드), 보로는 볼로르(수정)다. 몽골 사람 이름에는 지금도 티베트말이 자주 쓰인다. 이렇듯 사람이름에는 이웃과의 역사 관계에서 함께 쓰는 이름들이 있다. 조선 후기로 오면서 이런 영향은 자취를 감춘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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