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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인사말이 복잡한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관혼상제를 비롯한 큰일들이 잦을 뿐이지 말이 복잡한 게 아닌데다, 요즘은 어려운 한자말도 거의 쓰지 않고, 토박이 인사말은 삶의 바탕을 헤아려 짚는 까닭에 무척 진솔하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하면 “잘 주무셨는가? 잘 잤니?” 한다. 늦은 아침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아침 잡수셨습니까? 아침 드셨나? 밥 먹었나? …” 한다. 때에 따라 아침 대신 ‘점심·저녁’을 바꿔 말하면 그만이다.
‘밥 인사’를 낡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잖다. 우리가 언제부터 배불리 살았다고? 일부러 끼니를 거르는 이도 있다지만 이만한 인사말보다 나을 게 따로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럭저럭 이런 인사말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로 단순해지고 있다. 거의 사무·의례적인 인사말, 한국의 대표적인 인사말로도 굳어진 듯하다. ‘안녕’만 따로 떼 만나고 헤어질 때 두루 쓴다. 그렇다고 ‘반가워!’나 ‘잘 가! 또 봐!’ 들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일터에서도 ‘안녕하십니까’면 통하는데, “일찍 나오셨습니다! 벌써 나오셨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이제 나오십니까? …”로, 이웃을 만나거나 일터 밖에서는 “어디 가십니까? 들에 나가십니까? 어디 갔다 오십니까? …”처럼 때와 곳에 따라 말을 맞추어 쓴다. “아, 반갑네! 저기 갔다 오는 길일세! 별일 없는가? 여긴 웬일인가?”에 이르면 깊이 소통하는 수준이 된다.
인사는 가볍게 주고받고 넘어가는 버릇말이고, 절·악수·눈인사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빠지면 사달이 난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까닭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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