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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늦여름 산에 높이 올랐을 때 무리지어 핀 ‘산오이풀’은 보는 이들에게 산에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멀리서 보면 강아지풀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잎이 길쭉하지도 않고, 빛깔도 자줏빛이다. ‘오이풀’은 잎에서 오이냄새가 나기에 붙은 이름인데, 이름의 연유를 아는 사람들은 이따금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게다가 꽃이 길게 생긴 것도 한 이유가 될 성 싶다. 거기에 높은 산에서 자라서 ‘산오이풀’이란 이름을 붙였다.
오이냄새가 나는 연유에다 다른 특성까지 담은 ‘가는오이풀/ 긴오이풀/ 큰오이풀/ 애기오이풀’들도 있다. 이는 두드러진 특성인 냄새를 먼저 고려하고 다음으로 모양이나 사는 데를 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오이풀처럼 냄새를 바탕으로 이름 지은 것에는 잎과 줄기를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꽃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는 ‘노루오줌’ 들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타이탄 아룸’(Titan Arum)은 짐승의 주검 썩는 냄새가 지독하다고 하여 ‘시체꽃’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큰 꽃을 갉아먹으려 가까이오는 해충을 막고자 그런다고 하니, 식물이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산오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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