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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
현금 대신 쓰는 수표(手票)의 기원은 13세기 유럽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께 일본 수표법이 준용된 ‘조선민사령’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거래할 때 수표와 비슷한 ‘어음’이 널리 쓰였다. 조선 때 상평통보가 널리 쓰였는데, 무겁고 부피가 크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개성 상인들은 종이에 금액, 날짜, 채무자 이름 등을 적고, 엽전 대신 사용했다. 이것이 지금의 어음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북녘에서도 ‘수표’를 사용할까? 북녘에서도 ‘수표’를 쓰는데 그 뜻이 다르다. 북녘말 ‘수표’(手票)는 ‘서명’ 또는 ‘사인’(sign)을 말한다.
“금컵 수상자에게서 기념으로 수표를 요구하다.”(우리말글쓰기 연관어대사전)
북녘에서는 수표를 서명·사인의 뜻으로만 쓰기에 보기로 든 글은 오해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남녘말 ‘수표’로 해석하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된다. 북녘말 ‘수표’는〈조선말사전〉(1961)에서도 확인되므로 그 이전부터 쓰이던 말로 보이는데, 남녘 사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서명’은 북녘에서도 쓰이고, ‘사인’은 ‘싸인’으로 적는다.
한편, 예전에 쓰던 서명 방식으로 ‘수결’(手決)이 있다. ‘수결’은 ‘서명·사인·수표’와 달리 이름이 드러나는 방식이 아닌 기호처럼 쓰였다. 이는 조선 말 개항 이후 도장에 그 자리를 내줬다가 요즘의 서명(사인)으로 이어진다. 남북 두루 수표(돈)와 어음을 어음으로 통합하고, ‘사인·싸인, 수표’ 대신으로 ‘서명’으로 통일해 쓰는 건 어떨까?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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