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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은 산골짜기 어느 마을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인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년과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던 큰 바위 얼굴을 한 위인은 장군도 아니었고 시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바위를 닮아 살아온 주인공 자신이었던 셈이다.
사람은 자신이 놓인 자연을 닮아가면서 살아간다. 경기도 두물머리(양수리) 사람들의 삶을 그린 시인 권대응은 “양수리 사람들은 강을 닮으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땅이름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금강산 기행>을 쓴 이광수는 구름과 안개가 걷힌 금강산 비로봉에 지극히 평범한 덕을 지닌 ‘배바위’를 보고는 소설가다운 상상을 자연스럽게 펼쳐낸다. 배바위는 뱃사람들이 바위를 기준으로 삼아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바위라는 뜻이다. 만장봉두에 말없이 앉아 있다가 푸른 바닷길을 열어주니 얼마나 큰 덕을 쌓는 일인가. 성인도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한 덕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평범한 덕이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큰 바위 이름은 모양이나 기능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우뚝 선 모습의 ‘선바위’, 병풍처럼 펼쳐 있는 ‘병풍바위’, 칼날처럼 날카로운 ‘칼바위’ 등이 그러하다. 특히 강원 산간 마을에는 이런 이름이 더 많다. 이런 이름들에는 큰 바위 얼굴처럼 자연을 닮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배어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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